2010년 7월 6일 화요일

도전과 공포

동규가 하는 모양을 보고 있노라면, 신기하고 재밌으면서도 한편 좀 부끄러우면서 걱정스럽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종종 있다. 우리 집에서는 꽤 유명한 일화인데 내가 유치원 다니던 시절, 맘에 안드는 스웨터를 입혔다고 유치원 안간다고 땡깡부렸던 적이 있었다. 나중에 어머니께서 유치원 선생님께 이 사실을 말씀하셨고, 선생님의 말씀에 설득당하여 예의 그 스웨터를 입고 나다니게 되었다지 아마. 동규도 옷이나 신발 따위에 까다롭게 구는 경우가 많고, 아침이면 이때문에 엄마와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기본적으로 엄마의 편에 서긴 하지만, 동규의 마음이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실은 무척 이해가 잘 간다고 해야 맞는 말일게다. 가령, 아침에 절대 입고 싶지 않은 티셔츠를 입고 집밖으로 발걸음을 내딛을 때의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막막함 같은 것 말이다.


동규의 학교는 지난 주에 이번 여름 학기를 끝으로 한해를 마감했다. 생각하다가 올 여름엔 모처럼 centre de loisirs(학기중 수업이 없는 수요일, 그리고 방학 중에 아이들을 맡아 여러가지 활동을 시켜주는 곳. 보통 학교가 해당 기간에 centre de loisirs로 변신을 하게 된다)에 등록을 시켰다. 또래 아이들이랑 좀 더 놀게 해주고, 집에서 할일없이 너무 빈둥거리게 될까봐 걱정이 되어. 월요일 아침, centre de loisirs(동규가 등록한 곳은 rue de l'Amiral Roussin에 위치)로 첫 등교를 해서 동규 이름을 등록하고 이런 저런 사실들을 확인하는데, 심각한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 평소 학교에 다닐 때는, 오전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데리고 와서 점심을 먹이고 다시 오후 수업을 위해 학교에 데려다 줬는데 이곳에서는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 평소에도학교 식당(cantine)에서 친구들이랑 같이 점심을 먹으면 재밌지 않겠냐고 수차례 꼬셔봤지만 동규는 꿈쩍도 안했다. 어쨌든 이 문제 때문에 건물 입구에서 한참 실랑이를 벌였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동규와 cantine에서 밥을 먹고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노는 것이 좋잖겠느냐고 설득하는 부모들의 대립.

마침 등록대의 여자가, 오늘은 불로뉴 숲(bois de Boulogne)으로 소풍을 갈거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점심 식사는 당연히 샌드위치가 되지 않겠냐 싶어 그걸 미끼로 동규를 다시 꼬셨다. 얼마전부터 샌드위치를 잘 먹게 된 동규는, 자기가 샌드위치를 엄청 잘 먹는다며 겨우 centre에 남기로 합의해 주었다. 동규를 안으로 들여보내고 집으로 가려는데 벽에 붙어 있는 식당 메뉴가 눈에 띄었다. 샌드위치가 아니라 평소와 다름 없는 음식들이 적혀 있었다. 오전에는 centre에서 놀다가 식사를 하고 소풍을 떠나는가 보다면서 끝없는 걱정에 잠겨 집으로 돌아 왔다.

오후에 외출할 일이 있어 밖에 다녀와 보니 이미 동규는 집에 돌아와 있었다. 점심식사를 대체 어떻게 했을까 싶어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굉장히 많은 질문을 통해 알아낸 사실들은 다음과 같다: 식사 시간엔 햄버거 스테이크와 토마토를 먹었다. 선생님이 엄청나게 많은 토마토를 주었으나 다 먹었다. 햄버거 스테이크도 다 먹었다. 초콜렛 무스(동규는 fromage frais라고 했으나, 메뉴판에 적히기론 초콜렛 무스)를 디저트로 먹었다. 그리고 바게뜨와 밥도 먹었다. 햄버거 스테이크는 칼로 잘라 먹은 것이 아니라, 선생님이 네모나게 잘라 주셔서 포크만을 이용해서 먹었다. 그리고 물을 마셨다. 간식 시간엔 도너츠를 하나 먹었다, 이상.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음날도 또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는 것. 그래서 우리 모두는 굉장한 안도감과 행복함에 휩싸였다.

어쨌거나 이렇게해서 동규 생애 최초의 cantine에서는 식사가 이루어졌다. (사실 작년에 Montreuil에서 학교 다니던 시절, 실수로 식당에 끌려가 먹는둥 마는 둥 한 적이 한번 있다) 부디 앞으로도 별 문제 없이 잘 먹었으면 좋겠고, 덕분에 평소에 먹기 싫어하던 것들도 조금 더 잘 먹을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고, 자기 손으로 더 잘 먹게 되면 좋겠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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