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종류의 변화들은 아주 쉽게 눈에 띈다. 가령 처음으로 걸음마를 시작한 날이라던가, 여러 단어를 조합해서 그럴 듯한 문장을 말하기 시작한다던가. 대체로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이 그런 경우에 속할 것이다.
반면에 별로 잘 보이지 않는 변화들도 있다. 가령 두두와의 소원해진 관계 같은 것들.
두두(doudou)는 아이들이 늘 지니고 다니며 각별한 애착을 가지는 물건들이다. 대체로 인형, 조그만 담요 조각 들이 해당된다. 한국의 두두 문화는 사실 나도 잘 모르긴 하지만, 이곳에서는 특히 관대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학교(école maternelle)에 가면 의례 교실 출입구부근에 상자가 하나 놓여 있다. 학교에 도착하면 아이들은 자기 두두를 그 속에 집어 넣어 두었다가 일과가 끝나면 다시 챙겨 집으로 돌아온다. 학교에서 낮잠을 자는 경우, 잠자는 방에도 역시 두두 상자가 놓여 있는데, 이번에는 자기 잠자리로 들어가기 전에 자기 두두를 챙겨 잠자리로 향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퍽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매일 물고 빨고 땅에 떨어뜨려 지저분한 것을 계속 곁에 지니게 하는 것이 비위생적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가장 최근까지 동규가 지녀온 두두의 이름은 '찍찍이'. 백화점 galleries lafayette에서 구입한 쥐 인형인데 학교는 물론이고 잠잘 적에도 늘 지니고 다녔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학교에 다니고 다니기를 그만두더니, 얼마전부터는 밤에 침대에 들어가면서도 찾지 않는다.
그렇다고 갑자기 동규가 큰 형아처럼 변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 얼마전부터 새로운 버릇이 생겼기 때문이다. 식사 중간에 갑자기 엄마를 향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엄마 무릎에 앉아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 졌다. 창밖에서 사람들이 보면 창피하지 않냐는 엄마의 지적이 있으면, 슬쩍 창가로 가서는 커튼을 닫고 다시 돌아온다. 최소한 자기 나이에 그런 행동이 자랑할 만한 꺼리가 안된다는 것은 잘 아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요즘 며칠동안 찍찍이를 통 본 적이 없는데 과연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는 것일까? 한때 즐겨보던 곰돌이 푸우 만화의 마지막 부분에 보면 푸우가 크리스토퍼 로빈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이제 크리스토퍼가 학교에 가야 하고, 그렇게 되면 푸우와 전처럼 자주 놀게 되지 않으리라는 이야기를 한다. 동규의 태도를 보면서 그 에피소드를 떠올리게 된다.
오호~ 프랑스에선 그런 걸 doudou라고 부르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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