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3일 화요일

지붕뚫고 하이킥 외...

좀 뒤늦게 보기 시작한 '하이킥'. 결국 한국 종영과 거의 동시에 우리 가족도 종영을 맞았다. 동규가 함께 보기에도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이 되어, 온 가족이 침대 위에 쭈르르 앉아 앞에 놓인 컴퓨터 화면을 통해 시청했는데, 드라마가 엄청나게 재미있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렇게 시간 때우는 것이 맘에 들었는지 종종 동규는 '하나 더보자'라며 졸라대곤 했다. 초반엔 다운로드 받아놓은 것들이 많이 쌓여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도 했지만, 거의 실시간에 가깝게 드라마를 쫓아갈 즈음엔 어쩔 수 없이 동규를 실망시킬 수 밖에 없었음은 물론.


가끔 제 마음에 드는 장면이나 대사를 보면 실생활에서 써먹기도 하는데, 가령 해리가 땡깡부리는 장면을 보고 나서는 툭하면 '다 내꺼야'를 연발하지 않나, 전에 엄마와 둘이서 (겨우 한두편?) 봤던 드라마 파스타의 이선균을 흉내내서는 '내가 셰프야!' 하고 버럭버럭 하며 대장노릇 하려고 해서 어이없어 하며 셰프노릇 좀 시켜줬더니 하는 짓이 가관이었다.

영화나 드라마 따위를 보고 나서 과연 동규는 그걸 어떻게 이해하는지 궁금해서 종종 그에 대해 질문을 해본다. 주요한 사건이 무엇인지, 주인공의 동기가 무엇인지, 어떤 인물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지 등등. 아무래도 세간에서는 하이킥의 러브라인이 꽤 주요한 화두였기 때문에 동규에게도 그에 대한 질문을 좀 해봤다. 누가 제일 마음에 드느냐 했더니 세경이 좋다고 한다. 왜냐고 하니, 이쁘고 착하다고. 반면 정음같이 통통튀는 캐릭터는 그닥 마음에 들지 않는가 보다. 형아들 중엔 누가 마음에 드는가 물으니 첫째로 꼽는게 준혁. 역시 착해보이는가 보다. 종합해보면 동규는 세경-준혁 커플을 지지한 셈이라 할 수 있을 듯.

요샌 드라마 보는 취미도 잃어버린 동규가 요즘 가장 열중하고 있는 일 중 하나는 '카트라이더' 하기. 하루에 30분의 시간을 허락해 주었는데 물론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모르시는 분들을 위하여 : 카트라이더는 한국의 온라인 자동차 레이싱 게임) 처음엔 하기가 어렵다고 아빠보고 해보라 해서는 구경만 하더니, 어느새 아빠의 작은 도움조차 귀찮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심지어 엄마 말로는 동규의 실력이 아빠보다 나은 정도에 이르렀다 하는데, 그건 좀 과장이 분명하다. 동규의 게임 플레이가 앞뒤 가리지 않는 야생마 스타일이라면 아빠의 그것은 경험과 숙고에서 비롯된 전략과 절제가 더욱 가미된 것이기 때문이다. 특정 상황에서 야생마가 늙은 종마의 경험을 능가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나, 훌륭한 조련사 없이는 금새 한계에 빠지게 되는 것이 우리가 익히 티비와 영화에서 봐온 사실 아닌가. (예 : 톰크루즈 주연의 '폭중의 질주'. 같은 배우가 나왔던 '컬러 오브 머니' 라던가 어쨌건 야생마-늙은종마 파트너의 이야기는 세상에 무궁무진하다.) 아무래도 이를 증명할 길은 나중에 한국에서 컴퓨터 두대 붙여놓고 두 사람만의 레이싱을 펼치는 것이 될 것이다.

조금 있으면 점심시간, 학교에서 동규 데려와야 겠다. 엄마가 점심을 준비하는 동안 동규가 30분간 레이싱에 몰두할 가능성은 약 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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