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2일 월요일

선물

이주간의 방학을 마치고 등교하는 첫날. 방학이 시작하기 일주일 정도 전에 이미 만들어 두었던 ‘뱀’과 멍멍이처럼 생긴 ‘토끼’를 배낭의 앞주머니에 넣고 신나게 집을 나선 동규.

종종 있는 일인데 그날도 뭔가를 사달라고 동규가 계속해서 졸라댔다. 눈꼽만치 작은 구멍 뚫린 구슬들을 실로 꿰어 조그만 악세서리 따위를 만드는 세트를 갖고 싶다는 것. 동규와 함께 동네 장난감 가게에 가봤지만 찾을 수 없었고 간신히 얼러서 데려오는데 막상 집에 오니 그게 억울해선지 울기 시작했다. 동규가 엄마와 목욕을 하는 동안 나 혼자 수퍼마켓에 가서 한번 찾아볼 터이니 혹 못사오더라도 떼쓰면 안된다고 신신당부를 하고 집을 나섰는데 신통하게도 수퍼의 장난감 코너에 진열되어 있는 것 아닌가.

신나하는 것도 잠시 뭔가 만들어보려다 그게 어려운 것을 깨닫고는 아빠한테 넘겨버리고 딴짓에 바쁜 동규. 한참을 끙끙대 겨우 뱀을 만들어 주니 좋아한다. 같은반 친구 앨리샤에게 선물하기로 입을 맞췄다. 다음날은 토끼를 만들었는데 그건 담임선생님 베로니끄에게 주기로 하고. 그런데 그 후 일주일간 앨리샤가 학교에 통 나오지를 않아서 방학이 되고, 그렇게 몇 주가 훌쩍 지나버렸다.

오늘은 꼭 앨리샤가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동규 손을 잡고 교실앞까지 도착했는데, 신통하게도 외투 걸이에 앨리샤의 웃옷이 걸려있었다. 미리 연습한 대사 « C’est un cadeau. » (선물이야)를 확인시키고 배낭에서 뱀과 토끼를 꺼내 손에 쥐어줬다. 교실 입구에서 선생님에게 토끼를 드리니 선생님이 무척 반가와하셨다. 만약을 위해 선생님께, 선물이 또 하나 있는데 그건 어떤 여자아이를 줄 것이라고 귀뜸을 해 드렸더니, 선생님이 동규에게 누구에게 주고 싶으냐고 묻는다. 앨리샤라고 대답을 하긴 했는데, 저쪽 책상에 이미 앉아 있는 앨리샤를 보고도 왠지 우물쭈물하는 동규를 어여 가보라고 재촉했다. 쪼로록 달려가서는 앨리샤의 옆에 서서 얼굴을 가까이 대고는 뭐라고 이야기하며 선물을 건네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별 말도 없는 앨리샤. 동규도 나름대로 쉽지만은 않았는지 대답도 듣지 못하고 금새 자리를 떠 버렸다.

학교가기를 귀찮아 할 때면 종종 앨리샤도 왔을테니 얼른 가야 한다고 동규를 설득하곤 했는데, 이렇게 하는 양을 보면 한없이 귀엽지만 한편 학생의 본분을 망각케 하는 처사가 아니었던가 싶기도 하다. 만 세살짜리들의 학교 생활이라니 참 신통하면서도 재미나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