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29일 일요일

이모저모

여전히 건강히 잘 자라고 있는 동규. 요즘은 '장기하와 얼굴들'의 1집 앨범인 '별일 없이 산다'를 아주 즐겨듣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곡은, 3번째 트랙인 '오늘도 무사히'.

지난 화요일에는 학교에서 파리에 동물원 구경을 다녀왔다. 지난번 Château de Vincennes 방문보다 더욱 집중력 - 아이들 손잡고 다니는 어른의 입장에서 - 을 요하는 방문이었던지라 사진은 거의 찍지 못하고, 키가 닿지 않아 구경하기 힘든 곳마다 아이들을 번쩍번쩍 들어올려주고 났더니 나중에 팔과 어깨가 좀 뻐근하기도 했고.

전부터 가끔 동규의 선물공세에 사용되던 구슬꿰기 장신구 중의 하나.


동규 엄마에게 준 것인데, 결국 이것도 지난주 앨리샤의 선물로 사용되고 말았다. 그래서 동규의 손을 잡아 주었다고 하는데, 어서 동규가 자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어야지 이래서야 선물 대주느라 고생이 너무 심할 것 같다.

얼마전부터 "만약에..."로 시작되는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이 계속되고 있다. 가령, 한밤중에 잠 깨지 말고 잘 자라 하고 침대에서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오려는데, 그런데 만약에 잠이 깨면 어떡해요 하고 묻는다. 그러면 엄마 아빠 찾지 말고 그냥 다시 자면 돼 하고 답해주면, 그래도 잠이 또 깨면 어떡해요? 자려고 노력하면 되지. 그래도 잠이 안오면 어떡해요? 이런 식으로 한없이 오고가곤 한다.

2009년 3월 8일 일요일

과학관에서 이것저것





아빠 문 열어주기

가끔씩 대문 초인종이 잘 작동하지 않는데, 그래서 문을 열어달라고 - 열쇠를 한벌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관계로 - 집에 전화를 걸기를 며칠 반복했다. 동규가 이 전화를 받는게 재미있었는지 하루는 전화를 하지 않고 어떻게 집에 들어갔더니 울상을 짓는다. 전화 안하고 그냥 왔다고. 다음날엔 꼭 전화를 먼저 하겠다고 약속을 하고서야 달랠 수 있었다.

동영상에서 확인되듯이, 조금 지루하게 기다린 후에야 동규가 나타나고, 함부로 앞질러 가거나 하면 성질을 부리기 일쑤이므로 짧은 거리를 통과하기 위해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만약 야옹이가 나타난다거나 길바닥에 뭔가 떨어져있기라도 한다면 거기에 한참의 시간이 추가된다.

2009년 3월 2일 월요일

선물

이주간의 방학을 마치고 등교하는 첫날. 방학이 시작하기 일주일 정도 전에 이미 만들어 두었던 ‘뱀’과 멍멍이처럼 생긴 ‘토끼’를 배낭의 앞주머니에 넣고 신나게 집을 나선 동규.

종종 있는 일인데 그날도 뭔가를 사달라고 동규가 계속해서 졸라댔다. 눈꼽만치 작은 구멍 뚫린 구슬들을 실로 꿰어 조그만 악세서리 따위를 만드는 세트를 갖고 싶다는 것. 동규와 함께 동네 장난감 가게에 가봤지만 찾을 수 없었고 간신히 얼러서 데려오는데 막상 집에 오니 그게 억울해선지 울기 시작했다. 동규가 엄마와 목욕을 하는 동안 나 혼자 수퍼마켓에 가서 한번 찾아볼 터이니 혹 못사오더라도 떼쓰면 안된다고 신신당부를 하고 집을 나섰는데 신통하게도 수퍼의 장난감 코너에 진열되어 있는 것 아닌가.

신나하는 것도 잠시 뭔가 만들어보려다 그게 어려운 것을 깨닫고는 아빠한테 넘겨버리고 딴짓에 바쁜 동규. 한참을 끙끙대 겨우 뱀을 만들어 주니 좋아한다. 같은반 친구 앨리샤에게 선물하기로 입을 맞췄다. 다음날은 토끼를 만들었는데 그건 담임선생님 베로니끄에게 주기로 하고. 그런데 그 후 일주일간 앨리샤가 학교에 통 나오지를 않아서 방학이 되고, 그렇게 몇 주가 훌쩍 지나버렸다.

오늘은 꼭 앨리샤가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동규 손을 잡고 교실앞까지 도착했는데, 신통하게도 외투 걸이에 앨리샤의 웃옷이 걸려있었다. 미리 연습한 대사 « C’est un cadeau. » (선물이야)를 확인시키고 배낭에서 뱀과 토끼를 꺼내 손에 쥐어줬다. 교실 입구에서 선생님에게 토끼를 드리니 선생님이 무척 반가와하셨다. 만약을 위해 선생님께, 선물이 또 하나 있는데 그건 어떤 여자아이를 줄 것이라고 귀뜸을 해 드렸더니, 선생님이 동규에게 누구에게 주고 싶으냐고 묻는다. 앨리샤라고 대답을 하긴 했는데, 저쪽 책상에 이미 앉아 있는 앨리샤를 보고도 왠지 우물쭈물하는 동규를 어여 가보라고 재촉했다. 쪼로록 달려가서는 앨리샤의 옆에 서서 얼굴을 가까이 대고는 뭐라고 이야기하며 선물을 건네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별 말도 없는 앨리샤. 동규도 나름대로 쉽지만은 않았는지 대답도 듣지 못하고 금새 자리를 떠 버렸다.

학교가기를 귀찮아 할 때면 종종 앨리샤도 왔을테니 얼른 가야 한다고 동규를 설득하곤 했는데, 이렇게 하는 양을 보면 한없이 귀엽지만 한편 학생의 본분을 망각케 하는 처사가 아니었던가 싶기도 하다. 만 세살짜리들의 학교 생활이라니 참 신통하면서도 재미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