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규는 이제 만 두살 반의 건강하고 명랑한 아이다. 달콤한 디저트를 즐겨 먹고, 밖에 나가 산책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고, 만화영화 Cars를 너무 좋아하는 나머지 하루에도 ost를 몇번씩이나 반복해 듣고, 녹색 자동차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발견하면 아빠 엄마 자기 순서로 이름을 붙이고, 아빠 엄마에게 자신의 말을 반복하게 하고 - "차가 내려갔네 해!" "차가 올라갔네 해!" -, 아빠와 함께 바보같은 장난을 똑같이 열번이고 깔깔대며 반복하기를 즐긴다.
아침 점심 간식 저녁을 챙겨먹고, 낮잠자고, 목욕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고 싶은대로 마음껏 놀기에 하루는 턱없이 짧은 모양이다. 반대로 엄마와 아빠는 그 시간이 결코 짧지만은 않게 느껴지는데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동규는 아침이 오는 것을 너무나 반가와한다. 싱글벙글대며 다가와서는 경주용차가 나오는 만화 - 아쉽게도 주말 이틀면 tv에 나온다 - 를 보자거나 안아달라거나 하는데, 종종 뭔가 대단한 일이기라도 한 양 창밖을 보며 "아침 됐네"라고 귀엽게 덧붙이곤 한다.
우스운 건, 아침에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낮에도 오후에도 저녁에도 곧잘 아침이 왔다고 하는 것이다. 아침이 무엇이고 또 점심 저녁 밤에 대해 몇번 설명해 준 기억이 나는데, 정말 그것들을 혼동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아침이었으면 좋겠다싶어 우기는 건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런데 보고 있자니 가끔 좀 묘한 기분이 들곤 한다. 아직 시계도 달력도 볼 줄 모르고, 왜 일년에 네 개의 계절이 존재하며 어떤 순서로 그것들이 오는지, 왜 어떤 날은 놀이방에 가고 또 안가는지, 아빠는 하루종일 붙어 있다가 어떤 때는 하루종일 보이지 않는지, 왜 보고 싶은 만화는 아침에만 그것도 특별한 날에만 하는지, 갖고 싶은 장난감은 그런 마음이 들때 바로 가질 수 없고 또 왜 장난감 가게는 그렇게 자주 문을 닫아 잠그는 건지, 이상하기 짝이없는 자연현상과 인간사회의 모습은 전적으로 엄마 아빠의 설명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인지, 이 모든것들 때문에 갑갑하고 이상한 마음이 들지는 않을까 싶은 것이다.
불과 일년전과 비교해서 엄청난 정신적 신체적 발전을 이뤘다하지만 이래보건대 아직 너무나 어린아이인 것만 같아 괜히 측은한 생각도 들고, 나 자신이 대단한 독재자처럼 느껴지곤 한다. 한 인간의 의식주와 여가와 사상의 자유를 철저하게 좌지우지하는 전지적 독재자.
가끔 한밤중에 침대에서 뛰쳐나와 엄마 아빠와 재미있게 놀고싶다는듯 "아침 됐네!"하고 항변하듯이 외칠때는, 좀 억울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 이해불가한 세상의 규칙에 대항한 자유의 선언같기도하여 조금 엄숙한 기분에 휩싸이기도 한다.
2008년 5월 6일 화요일
아침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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