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규는 바나나를 '바방'이라고 부른다. 프랑스어로는 바난 banane 이라고 발음하는데 자음에 좀 변화를 주고 뒤에 이응을 붙여 부르는 것이 퍽 귀엽다. 비타민 B인가 뭔가가 들어있어 애들 성장에 좋다고 엄마가 열심히 먹이려하는데 더 어릴적보다 덜 즐겨먹는 것 같아 조금 아쉽다. 수두에 걸려 처방받아온 시럽을 처음 먹인 날, 동규가 약을 먹자마자 '바방'이라고 말하길래 퍽 재미있었다. 바나나맛 향을 첨가한 모양이다.
엄마가 포도를 먹이는 모습을 보면 퍽 재미있으면서 아슬아슬한데, 칼로 껍질을 벗기고 반을 갈라 씨를 빼서 열심히 준비하는 속도를 동규가 여지없이 앞지르곤 하기 때문이다. 한번에 몇 개씩이나 입안에 집어놓고는 우물대고 있으면 엄마는 그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고생이다. 그냥 포도 뿐 아니라 건포도도 무척 좋아하는데, 간혹 시리얼을 그릇에 담아주면 열심히 건포도를 찾아 골라먹는다. 부엌 선반 어딘가에 건포도 봉지가 숨어있는데 그걸 동규가 발견하게 된다면 왜 지금껏 꺼내놓지 않았냐며 항의하고 황당해할까봐 쉬쉬하고 있다. 동규가 포도를 부르는 말은 '푸디'.
동규를 가장 설레게 하는 과일은 단연 사과! 동규식으로는 '자자'에 해당한다. 프랑스에서는 어린 아기들에게 생과일보다는 끓인 형태 purée의 것을 많이 주는데, Pom'Potes라는 상품을 동규는 가장 좋아한다. 딱 먹기 좋은 양을 먹기 편한 튜브에 넣어서 빨아먹도록 만들어 놨는데 괜히 보기에 참 맛있어 보인다. 그 모양 때문에 나도 한두번 뺏어 먹어 봤는데, 달기만 하고 별로 맛이 없어서 실망하게 된다. 그래도 동규가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면 또 뺏어먹고 싶어진다. 보통 맘마를 먹은 후에 디저트로 주는데, 뚜껑을 열어서 입에 물려주면 거의 한입에 끝장을 본다. 그 모습이 너무 우습기도 하고 대단하다 싶기도 해서 전에 비디오로 찍어놓기까지 했다. 특히 입맛이 없을 때는 맘마 시작도 전에 '자자!'하고 울부짖기도 해서 엄마 아빠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기도 한다. 아빠가 쓰는 노트북 컴퓨터 윗면에 있는 사과 마크를 보고 사과라고 일러주었더니 이제는 볼 때마다 자자하고 한입 베어먹는 시늉을 하는 것이 퍽 귀엽다. 요즘들어 생사과의 껍질을 까 잘게 잘라 먹게 하곤 하는데, pom'potes만 못한 모양인지 그만큼 즐겨 먹지는 않는다.
2007년 10월 6일 토요일
과일 종합 선물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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