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8일, 크레시 적응 첫째날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동규의 적응 훈련은 오후 3시부터 시작하기로 되어 있었고, 오후 1시가 훨씬 넘어가도록 - 당연히 - 낮잠을 자지 못한 동규를 데리고 산책을 나섰다. 동규 엄마가 가르쳐 준 새로운 산책길을 따라 유모차를 끌고 가는데 오래된 플라타너스가 그림자와 낙엽들을 넉넉히 땅에 드리우고 있었다. 동규가 잠든 시간이 2시 10분 경. 크레시까지 산책을 계속 하여 3시를 딱 맞춰 건물에 들어 섰다. '나세라'라는 여성이 우리를 친절히 맞아 주었다.
아기의 첫 공동생활이니만치 처음부터 보통의 일정을 소화하도록 계획되어 있지는 않다. 우선 부모와 함께 한시간 정도 크레시 안에서 자유롭게 놀도록 한다. 그 사이 선생님 한 분이 아기를 관찰한다. 그리고 부모와 함께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눈다. 얘기인즉, 크레시란 곳이 아기만을 위한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부모들이 크레시에 대한 신뢰를 가져야 하고, 아이에게도 왜 자신이 이 곳에서 놀고 있는가를 잘 이해 시켜줘야 하고. 얼핏 듣기에도 그럴듯한 얘기임에 분명하다.
3시 경부터 크레시 이곳저곳을 탐험하며 놀기로 되어 있는 동규는 거의 4시가 다 되어 깨어났다. 깨어나자마자 금새 새로운 장난감들에 푹 빠져 스스럼없이 갖고 놀기 시작했다. 자신이 아는 물건이 있으면 손으로 가리키며 그게 뭐라고 모든 사람들에게 일러주는 센스는 여전했다. 다만 아빠가 선생님께 프랑스어로 통역을 해 줘야 얘기가 통한다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집에 돌아갈 시간이 거의 다 되어 깨어났으니 그냥 갈 수도 없고 좀 놀게 놔뒀더니 4시 40분이 넘도록 집에 갈 생각을 안해 갖은 회유를 다 한 후에 겨우 집에 데리고 올 수 있었다.
아픈 아이들도 여럿 있고 해서 비교적 크레시는 한산해 보였는데, 그에 더해 아이들이 너무 얌전하고 조용한 것 같아 퍽 놀랐다. 오히려 약간 생기가 없어 보일 정도였는데, 선생님께 이에 대해 질문을 해보니 아직 다 본 것이 아니란다. 아무래도 혼자 지내다가 친구들과 함께 지내면 행동이나 태도 말씨 등에 변화가 있을 것임은 분명해 보이는데, 동규의 경우 과연 어느 정도 어떤 방향으로 일어날 것인지 무척 궁금하다.
2007년 10월 10일 수요일
제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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