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29일 토요일

아깡

'아깡'은 곧 사랑이다 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따뜻한 햇빛과 시원한 바람, 우리 마음을 행복하게 포근하게 만들어주던 프랑스의 늦여름이 지나고 이제 우중충한 하늘과 구름과 빗방울과 찬바람이 마음을 한층 어둡게 만드는 그런 어느날 오후, 아깡은 마음과 몸 모두에 따뜻함을 가져오는 사랑스러운 행동이다. 그러니까, '안아달라'는 말이다.

엄마 아빠 생각에 동규는 특별히 아깡을 좋아하는 아이가 아닐까 의심해 보는데, 엄마가 부엌에서 맘마를 준비하고 있을 때도 슬그머니 찾아가 아깡 아깡하고 졸라대고, 한참 재미있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도 갑자기 아깡 하며 달려든다. 저녁 맘마를 먹고 목욕을 하고 잠자리를 준비하고 제 침대에 들어가길 기대하고 있을 때 엄마 아빠 침대에 멋대로 올라와서 아깡을 요구할 때는 조금 난처하기도 하다. 특히 가장 난처한 것은 손님이 와 있다거나 집 밖에서 아깡을 요구할 때다.

왜냐하면 동규의 아깡은 좀 특이한 게, 엄마나 아빠 - 하지만 주로 엄마 - 를 눕히고 그 위에 올라오는 것을 특히 좋아하기 때문이다. 몸에 얼굴을 부비대다가 금새 씩씩하게 앉았다가, 번쩍 일어섰다가 일부러 강력한 엉덩방아 찧기를 반복하는 등 그 활용은 무궁무진하다. 어찌됐건 강한 애정에서 나오는 행위가 아니겠느냐 결론내려보는데, 만약 그게 사실이 아니라면 엄마 아빠 입장에서는 좀 서운할 것 같다.

며칠 전부터 수두로 고생하고 있는 동규의 아깡이 부쩍 늘었다. 이렇게 괴로울 수록 엄마의 사랑이 더 많이 필요한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아깡이 곧 사랑에 대한 갈망임을 증명해주는 예라고 할 수 있겠다.

2007년 9월 28일 금요일

하딩

아기 말의 특징 중 하나는 발음을 짧게 만든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내리고 싶을 때 그냥 짧게 '내'하고 말한다. 비슷한 예로 '불자동차'를 줄인 '불자'를 들 수 있다. 이 짧게 발음하기는 다른 식으로도 작동하는데 그 예로는 '파차'를 들 수 있다. 이 말은 '빨간 차'를 일컫는데, 길이가 짧아짐과 동시에 편의상 발음을 변형한 것으로 보인다.

한때 '파차'를 무척 빈번히 찾던 데는 영화 Cars의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다. 아무래도 McQueen이라는 고유명사는 동규에게 조금 어려웠을 테니까. 그리고 마침 고모가 사준 빨간 자동차가 집에서 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그걸 가리키며 열심히 파차를 외쳐댔다. 빨간 차를 가리키며 파차, 빨간 차를 가져다 달라고 또 파차. 이렇게 일반 명사의 고유명사화가 진행되었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점이 있었으니 고모가 빨간 차를 동규에게 사준 날, 함께 하늘색 자동차도 사 주었다는 것. 과연 파차가 빨간 차인가 아니면 파란 차를 가리키는 말인가 아주 짧게 의문을 가졌었고, 그게 해결되고 나니 하늘색 차를 그대로 가르쳐 줄 것인가 파란 차라고 부를 것인가 얼마간 고민을 했었고, 결국 좀 어렵더라도 정확을 기하여 하늘색 차라고 부르기로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얼마 후부터 '하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제는 Cars를 볼 때 은퇴를 앞둔 하늘색 차가 나올 때마다 열심히 하딩을 외친다는 사실이다. 전에는 딱히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가 비로소 이를 찾아내 열심히 활용하는 것인지, 아니면 하딩이라는 말을 배웠기 때문에 온 세상의 하딩들에 대한 감수성이 급격히 발달하기라도 한 것인지, 아니면 그 둘 다인 것인지 흥미로운 연구 주제라 할 수 있겠다.

이제 외출할 때면 신발도 골라 신고, 가져갈 장난감도 손수 점검하는 동규는, 어떤 날은 파차를 챙겨 달라 하고 또 어떤 날은 하딩을 가져오라 하며 엄마 아빠를 분주하게 만들고 있다.

2007년 9월 16일 일요일

Cars - 2006


한동안 푸우에 대한 동규의 관심과 애정이 너무 지나치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럴 바에야 차라리 다른 놀이 거리를 개발하여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았을 텐데 다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다른 영화를 보여주어 관심을 좀 분산해 봐야 겠다고 맘 먹었던 것이다. 역시 편안하게 디즈니 계열 작품 속에서 후보작을 찾았고, 그 중 하나가 바로 카 였다.

처음엔 계획대로 잘 되는 것 같지 않더니만, 어느새 기대 이상의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푸우를 외치는 일이 거의 사라져버렸고 아침부터 카를 보여달라고 조르는 것으로도 모자라 어느 날 밤에는 잠꼬대로 카를 부르는 일까지 있었다. 너무 심하다 싶어 하루에 꼭 한 번만 보여주기로 했고, 가능하면 컴퓨터를 틀지 않고 하루를 보내도록 노력하고 있다. 아이가 외출과 놀이로 바쁜 날에는 굳이 만화영화 따위를 보지 않아도 충분히 즐겁게 지낼 수 있다. 간단하지만 지키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다른 아이들에 비해 프랑스어에 접하는 기회가 적은 만큼, 이번에는 특별히 프랑스어 버전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영어 버전에 비해 더빙 수준이 어떤 지는 비교해 본 일이 없는 만큼 특별히 할 말이 없다. 물론 그래픽이나 캐릭터 디자인에 대해서는 감탄스러울 뿐이다. 캐릭터들의 귀여운 표정과 움직임 따위도 무척 좋고 고속도로와 자연 풍경, 경주 장면도 아주 멋지다. 색감도 화려하고 영화 초반과 막바지의 호흡은 아주 빨라 지루할 틈이 없는데 이게 오히려 걱정스러운 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다 보여주기엔 너무 길기 때문에 주로 첫 부분을 틀어주는데, 너무 요란하고 화려해서 지나치게 자극적이지 않을까 싶어서다.

아이와 함께 아주 여러 번 영화를 보다가 이 영화속의 세계는 인간과 차에 대한 것이 아니라 바로 차들의 세상이라는 것을 갑자기 깨닫고 나의 몰이해에 대해 새삼 놀랐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차 경주에 모두들 그렇게 열광하는 것이고 심지어는 파리들도 자동차 모양으로 생겼다는 것을 깨달았고. 인간의 입장에서 차를 다른 생명체처럼 상상하는 것이냐 아니면 차의 입장에서 세상을 상상하는 것이냐의 문제 쯤 되는 것일텐데, 과연 아이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일말의 실마리 같은 것을 품고 있기는 한 걸까 궁금해졌다.

2007년 9월 15일 토요일

런닝

날씨가 좀 흐리긴 했지만, 위 아래로 초록색 복장을 한 동규가 공원을 달리는 중이에요. 힘차보이죠?




중간에 멈춰서는 이렇게 얌전해 지기도 하죠.



수도꼭지 발견. 천천히 조심스레 다가가서 위험한 것은 아닌지 탐색을 하고. 안전하다 싶으면 그제서야 마음이 놓이죠.



자 이제 다시 힘차게 런닝. 머리가 휘날리도록 달립니다.



결국 엄마에게 붙잡히고 말았군요.

2007년 9월 9일 일요일

(베르사이유) 산책

큰맘 먹고 동규가 좋아하는 기차타고 베르사이유 궁 정원을 보러 갔어요. 집을 나서 기차를 타서는 신난다고 좋아라 했지요.




정원에 도착해서 잔디밭에서 물 구경, 새 구경, 사람 구경을 열심히 하고 식당에서 다함께 식사를 했어요. 아빠가 게으름을 피워 변변히 남은 사진이 없네요.

슬슬 저녁 햇볕이 예쁘게 비추는 가운데 기분 좋은 산책을 했어요. 그러다 금새 잠이 들고 말았죠.


Play it once, Sam 혹은 잠에 관한 이야기

도저히 생각을 멈출 수 없는 주제, 바로 동규 잠재우기.

거의 무개념 상태라 간주하여 그냥 어쩔 수 없이 지내던 아주아주 어린 시절. 그리고 아 이젠 뭔가 해야만 하겠다 싶어 마음 굳게 먹고 한참 울려가며 침대에서 잠자기 버릇을 들이던 때를 지났고. 그리고 또 어찌어찌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그 와중에 대륙간 비행을 왕복 두 차례나 했으니 상황이야 뻔하다.

올 여름엔 엄마 아빠가 잠자는 침대 옆 바닥에다 잠자리를 마련해 줬었는데, 그게 원인이 된 것인지 프랑스에 돌아와서는 한술 더떠 자꾸만 엄마에게 달라붙기를 계속했다. 결국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일주일 하고도 며칠 전에 억지로 자기 침대에 밀어 넣고는 얼르다 야단치다 갖은 회유와 술책과 눈물의 시간을 지나 다시 혼자 재우기에 성공했다. 얼마나 감격적인 순간이었던지.

그리고 그 이후로 두 곡의 노래를 새로 배우게 된 동규. 반짝반짝 작은별, 그리고 꼬마자동차 붕붕. 며칠 전 또다시 잠재우는데 약간 고생을 했는데 그래서 동규가 조금 징징 눈물을 짜냈다. 어쨌건 눕히는 데까지 성공하고 노래를 불러 재우려는데, 눈물 그리고 짜증섞인 목소리로 '반짝' 하고 소리치지 뭔가. 무슨 뜻인가 했는데 알고보니 반짝반짝 작으별을 부르라는 뜻. 그 노래를 거듭해서 불러주니 계속 훌쩍이면서도 가만히 잠을 청하는게 조금 불쌍하면서도 여간 재미있고 귀여울 수 없었다. 생애 최초로 아빠에게 어떤 노래를 불러달라 부탁한 것이니 기억해 두는 것도 좋지 않을까?

방금은 꼬마자동차 붕붕을 한 30번쯤 연속해서 부르고 나왔는데, 중간중간 다소 불만스런 목소리로 '차!' 하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해 주었다. 구체적으로 주문하고 정확하게 대응해 주는 것, 이런게 기분좋은 일이다.

2007년 9월 6일 목요일

동규와의 대화

어렵사리 동규와 통화를 하신 분들도 있긴 하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을 위하여 동규가 말하는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저녁먹기 전 공원에 산책갔을 때의 모습이에요. 이젠 말도 잘하죠?

2007년 9월 5일 수요일

드디어 Crèche !

한국의 가족과 여름을 보내기 위해 떠나며 약간 찜찜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crèche 문제. 크레시란 탁아소 같은 곳인데, 생후 약 3개월경부터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이다. 우리같은 저소득층은 흔히 시에서 운영하는 저렴한 곳을 찾아보게 되는데 그 경쟁률이란 것이 막강하여 1년이고 2년이고 허다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어쨌거나 이곳 Montreuil로 이사온 후 신청을 해 두긴 했는데, 맞벌이 부부가 아닌 탓에 우선순위가 밀린다는 둥 불안한 얘기를 듣고 일주일 내내가 아니라 일부 시간 temps partiel 만 맡기는 식으로 등록을 했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늘 그렇듯, 마냥 기다리기. 6월이 다 되도록 연락이 없길래 혹시 한국에 가 있는 동안 연락이 오면 어쩌나 걱정을 했다. 어렵사리 얻은 기회를 그냥 지나처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한국에서 돌아와 우편함에 수북이 쌓인 편지들 중에 마침 동규를 맡아줄 수 있다는 승낙의 편지가 있었다. 물론 도착한 날짜는 한참 전이었고... 다음날 아침이 되자마자 전화를 걸었고 사정을 설명하고, 걱정하지 말고 8월 말에 다시 전화를 하면 그때 일들을 처리하자고 했다.

그리고 또 기다리고, 또 전화를 걸고 rendez-vous를 잡고 디렉뜨리스 directrice - 책임자라고 하면 될까? - 와 면담. 디렉뜨리스가 차근차근 설명을 해 주었다. 동규를 돌봐주는 시간은 일주일에 - 겨우 - 3일, 화요일, 수요일, 그리고 금요일. 그것도 15시부터 18시 45분에 한한단다. 기대감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일주일에 며칠 하루종일 봐준다면 동규 엄마도 자기 시간을 좀 가질 수 있을까 싶었는데. 하긴 전에 신청을 할 때, 아이를 크레시에 보내는 제 1의 목적은 아이가 친구들을 사귈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고 했었으니 더이상 궁시렁거리고 할 핑계도 없다. 그마나 받아줬다는 데에 만족하는 수 밖에.

동규를 받아준 크레시는 Multi-Accueil Louènes-Matoub. 아이들 나이에 따라 두 개의 반으로 나누는데 동규는 큰 아이들이 속한 반에서 지내게 된다고 한다. 약 20명의 아이들과 함께 지내게 되고, 아이들 약 6명당 1명의 선생님이 돌본단다. 이런 저런 설명을 한 후에는 귀찮은 행정 administration 처리가 남아 있다. 사인해야 할 서류가 꽤 있는데 그 중, 응급 상황 발생시에 대한 것도 있고, 사진을 찍어 신문등에 실어도 좋을지 묻는 것도 있다. 그리고 크레시 운영 규정도 나누어 주고, 아이가 항시 지참해야 할 물건 여러가지, 크레시에 내내 보관해 두어야 할 약이며 물건들 여러가지를 준비하라고 적어준 두 장의 리스트.

크레시에서 아이를 맡아주는 비용은 매달 지불하게 되는데, 이것은 일률적인 금액이 아니라 시청에 소득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그에 따라 시간당 비용이 계산되고, 그걸 기초로 은행에서 매달 빠져나가도록 처리한다. 우리 같은 경우는 프랑스에서의 수입이 없고 세금도 내지 않으므로 caf에서 파악한 것 이상의 수입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전에 신청할 때 우리의 재정 상황을 설명하는 편지를 하나 써서 첨부했었다. 수입이 없고, 한국에서 송금을 받는데 평균적으로 한달에 얼마 꼴이 되는 셈이다 하고 쓰고 싸인을 했었다. 그리고 이번에 크레시에 들어가는 것이 결정되고 정확한 요율 산정을 위해 다시 시청에 소득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번에도 역시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그랬더니만 담당자 말이, 혹 나중에 더 필요한 것이 있으면 연락하겠다고 한다. 혹 그렇다면 나중에 은행 서류들을 가지고 다시 찾아가야 할 지도 모르겠다.

여름의 막바지...

아쉽게도 벌써 여름이 끝나버렸는가 싶던 어느 날, 고맙게도 화창한 여름 날씨가 잠깐 다시 찾아왔어요.

산책 준비를 마치고 아빠와 함께 대문간에서 엄마를 기다리며 장난치고 있어요.




전부터 가끔 들렀던 Parc des Guilands 이라는 공원이에요. 입구 가까이에 놀이터를 새롭게 꾸며 놨는데 재미있게 생긴 수도꼭지(?)가 있는데, 그걸 갖고 노는 형 누나들 구경하다가 자기가 흠뻑 젖어버렸네요.



동규는 조그만 자갈 따위를 주워 장난치는걸 좋아해요. 집어서는 만지작 거리다가 다시 땅에 던지고 또 줍고.



놀이터 가장자리에 만들어 놓은 턱을 오르락 내리락하는 연습도 하고, 다들 뭐하면서 노나 열심히 구경도 하지요.